[2016년 결산]-⑥ 장애등급제 개편
올해 2016년 장애계의 시작과 끝은 ‘투쟁’이었다.
정치참여가 물거품 된 제20대 국회에 대한 범장애계 투쟁을 시작으로, 30도가 넘나드는 더위 속 발달장애 부모들의 릴레이 삭발, 활동보조 수가 동결에 대한 삭발, 1인 시위, 12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장애계는 시국선언을 통해 국가적 이슈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외이동권, 장애등급제 등 풀리지 않는 장애계 숙제에 대한 투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여섯 번째는 장애계의 여전히 뜨거운 감자 ‘장애등급제 개편’이다.
내년 말 장애등급제 개편을 앞두고 장애계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다. 올 초 복지부의 ‘자화자찬’ 보도자료 뿐, 개편에 대한 자세한 진행사항도, 장애계 의견도 알 수 없다. 때문에 등급제 개편이 장애계에 미칠 후폭풍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장애등급제 개편은 박근혜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기존 공급자 중심의 복지전달체계를 장애인,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한다. 현재 1~6급으로 나눈 장애등급을 중증(1~3급)과 경증(4~6급)으로 간소화해, 더 많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개편 후에는 장애등록 신청 또는 서비스 신청 시 연금공단의 조사원(복지플래너)이 가구를 방문해 서비스지원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공공‧민간의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연계, 정보 제공 하도록 전달체계를 개편함으로써 원스톱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복지부는 6개 지자체, 총 2565명 대상 1차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올 초 보도자료를 통해 2534명에게 주간활동, 장애인구강진료 등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정보를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직접 서비스 제공 또는 연계가 25.4%, 정보제공이 72%로 나타난 것. 복지부는 “기존 자원을 등록 장애인의 욕구와 잘 연결한 결과로 욕구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만족도 또한 5점 만점 중 4.12점의 우수한 결과였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허술하기 그지없다. 공적 서비스 추가 지원 없이 민간 서비스 중심으로 하고 있어 전반적 만족도까지는 보기 어렵다. 또 ‘정보제공 72%’만으로 어떠한 욕구가 해결됐는지 알 수 없다. 정보제공을 통해 서비스 제공을 받았는지, 단순 정보 제공에 그쳤는지, 단순 정보 제공에 그쳤다면 욕구가 해소됐다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1차에 이어 올해 복지부는 10개 지자체, 총 4000명을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6월부터 6개월간 진행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하루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시범사업 중단을 외쳤다. 중‧경증 단순화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이란 것이 골자였다.
등급제 폐지를 외치며 4년째 진행 중인 광화문 농성도 계속됐지만, 올해 다른 이슈들과 맞물리며 크게 터뜨리진 못했다. 더욱이 일부 장애인단체나 당사자들이 등급제 개편에 대해 여전히 반대의 입장을 표하고 있어 찬반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내년 마지막 3차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50억원 예산으로 총 17개 지자체에서 읍면동 허브를 활용한 각종 상담 및 서비스 연계까지 포함했다. 또한 김승희 의원 발의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등급제 개편을 위한 법 개정 절차도 밟아나가는 중이다.
개정안은 장애인 서비스 내용 등을 결정하기 위한 서비스지원조사 실시와 서비스지원조사에 따른 결정을 위해 장애등급을 장애정도로 변경토록 했다. 이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 앞으로 상임위 테이블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니 뒤숭숭한 시국 속 장애등급제 개편이 흔들릴까 하는 우려는 접어둬도 될 듯하다. 복지부의 목표는 여전히 2017년 하반기 정식 개편이다. 개편을 1년여 앞둔 현재, 알 수 없는 장애계의 고요함. “욕구가 잘 해소됐다”는 복지부의 자화자찬이 진짜인지는 내년 이맘때쯤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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