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0시간 미만으로 일하던지, 야간과 휴일에 반드시 일하던지 선택하세요.”
경기도에서 활동보조인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활동지원기관인 B복지관으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올해 장애인활동지원수가가 지난해보다 240원 오른 9240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낮은 수가로 인한 피해가 바로 직격탄으로 오다니. 기관 입장에서는 월 60시간 이상으로 일하게 되면 ‘노동자성’을 인정해 퇴직금, 4대 보험, 각종 수당 지급을 해야 하니, 월 60시간 미만으로 일하기를 원할 터다. 또한 야간과 휴일에 일하게 되면 기관은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다.
A씨는 담당자에게 “이용자가 야간과 휴일에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고 말했지만, 기관 측에서는 오히려 “제가 설득하겠다”고 답했다. 기관의 이윤을 위해 장애인 선택권까지 개입한다는 뜻인가? A씨는 한때 유행어였던 이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내가 이러려고 활동보조인을 했나.”
피해자는 A씨뿐만이 아니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활보노조)에 따르면, 주휴수당 등 법정수당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체불 임금 포기각서 요구, 2개월짜리 근로계약서 작성, 이용자와 서비스가 종료되면 기관과의 고용계약도 자동 종료 등 전국 곳곳에서 활동보조인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왜 활동지원기관들은 이런 노동조건을 내미는 걸까?
정부는 올해 활동지원수가를 전년보다 240원 인상한 9240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25% 기관 수수료, 75% 활동보조인 임금을 적용하면 6930원이다. 근로기준법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올해 인상된 금액 240원을 인건비로만 사용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복지부는 활동지원기관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 예상, ‘인상된 금액은 인건비 및 인건비성 경비로만 사용’이라는 애매한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 활보노조의 설명이다. 240원이 오롯이 임금에만 투여된다면 시급 7000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활보노조 측은 이 같은 애매한 지침으로는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 복지부에 “명확한 지침을 정해 달라”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인건비성 경비는 퇴직금과 사회보험료에 해당하는 것이고, 중증가산수당 당시에 이미 유권해석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기관 측에서는 자의적으로 지침을 해석, 임금과 운영비를 나누고 담합으로 75%에 해당하는 6930원만을 시급으로 책정했다. 낮은 수가로 인해 고통은 오롯이 힘없는 노동자인 활동보조인이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활보노조는 2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지 말라고 외쳤다.
활보노조 전선규 교육선전부장은 “시간이 갈수록 임금 인상이라는 조건이 변화하지 않고 최저임금 보다 낮게 책정되다보니 기관이 장애인이용자들의 시간까지 지시하게 되는 일들이 초래하고 있다”며 “기관이 정부와 타협하고 탈법적인 꼼수를 통해 기관만의 생존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으면 좋겠다. 정부 또한 지침마저도 무시되는 현실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노조 사회복지지부 신현석 조직국장은 “낮은 수가로 인해 한 복지관에서는 활동지원사업을 포기하기로 해 코디들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실정이다. 공공성을 갖춘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장사가 안 되면 버려지는 것”이라며 “최근 복지부는 여성노동자의 사망 건으로 토요일 근무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단호한 조치가 활동보조인들에게도 있어야한다”고 피력했다.
서비스 이용자인 박현씨는 “지금 서비스를 월 108시간 정도, 저단가로 인해 약 6개월 정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연결률 역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신변처리 등을 하시는 분들이 7000원도 안 되는 시급을 받을 때 허탈감이 들 것이다. 내가 원할 때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출처 : 에이블뉴스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28&NewsCode=002820170202150758563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