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글로벌문화체험센터 해치홀에서 '2014 한국사회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가 열렸다. |
UN 인종차별특별보고관 방한 대응 시민사회단체 공동사무국은 지난 12일, 서울글로벌문화체험센터 해치홀에서 ‘2014 한국사회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를 열었다.
인종특보는 다음달 29일~10월 5일까지 방한할 예정으로 여러 국가를 직접 방문하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방문보고서를 작성해 세계의 인종차별 문제 상황을 알리는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방문보고서는 해당 국가의 입법, 행정, 사법 등 전체적인 사회구조를 비롯해 정책과 집행현실의 차이와 사회 현실 등을 상세히 정리하고 해당국가에 대한 권고를 포함한다. 이 문서는 인권이사회에 보고돼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을 국제사회의 시각과 수준에서 점검이 이뤄진다.
“반 다문화담론의 확산, 아직 부족한 정책들”
▲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의 발표모습 |
특히 1990년대 이후, 급증한 외국인 취업자나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다문화’라는 말이 일상적 언어가 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는 현재 한국은 ‘반 다문화담론’이란 이름의 ‘외국인 혐오주의’와 다문화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어 외국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에 대한 어떠한 제제나 처벌도 없고, 문화다양성에 대한 존중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
김 교수는 “언론이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다문화주의를 계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 다문화담론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반 다문화담론이 한국에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다문화주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언론과 교육현장에서부터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인권을 고민하는 모임 이묘랑 씨는 “인종주의에 대한 활발한 담론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사나 사례 제시에만 그친다.”며, “어렸을 때부터 배우게 되는 교과서 안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인종주의 문제를 드러내고 논의할 수 있도록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언론에서의 용어사용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은 한국사회가 혼혈이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음에도 최근 2012년~지난 7월까지 1,287건이나 뉴스 보도에서 사용돼 왔다. ‘혼혈아’, ‘귀화 혼혈인’, ‘혼혈선수’, ‘혼혈커플’ 등인데, 특히 체육 분야에서의 ‘혼혈선수’사용은 413건으로 용어사용이 빈번했다.
TAW 네트워크 정혜실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재 생색내기용 감시·감독의 결과보고와 권고에 그침으로써 그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방송국들의 인종주의 차별 예방을 위한 방송지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문화가족지원법, 지원대상이 협소한 범위로만 이뤄져…”
외국인 급증과 함께 우리사회에서도 국제결혼이 늘고 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서기 시작한 국제결혼 건수는 2005년에 4만 건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2년까지 해마다 2만 건 이상의 한국남성과 외국여성간의 혼인이 이뤄졌다. 현재 국민결혼 10쌍 중의 1쌍이 국제결혼을 하는 추세다.
국제결혼이 급증한 배경에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도 큰 역할을 했는데, 여성결혼이주민과 그 가족을 지원할 목적으로 하는 ‘다문화가족 지원법’은 다문화가족을 한국인 중심으로 협소하게 정의함으로써 그 의미가 퇴색됐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은 제1항 결혼이주민과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뤄진 가족, 제2항 귀화허가를 받은 자와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뤄진 가족으로서 정의하고 하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영 씨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지원대상이 한국인과 결혼관계로 이어진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며, “같은 나라나 서로 다른 나라 출신이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 가족이나 다른 문화권에 살던 동포로 한국에 정착한 가족 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으며, 외국인 중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민 노동자 역시 배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 기획팀 김정우 팀장 역시 “여성 이주노동자가 다문화가족지원법의 대상에서 제외돼 기본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박탈 당한다.”며 “지역보건소의 보건서비스 이용 조차 이용 제한을 받는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주노동자를 위한 모국어 작업지시 안내문이나 산업안전보건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건설현장, 농장,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제대로 치료 받기는커녕 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김 팀장은 “보건복지부는 어떤 국가에 어느 이주민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자료를 구축해야한다.”며 “지금 통합적 의료체계의 정책을 책임질 정부부처가 없다.”고 질타했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박경태 교수는 “이번 실태보고대회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분야의 인종차별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며 “인종특보가 방한했을 때 우리 의견이 잘 전달되도록 준비하고, 한국사회에서 인종차별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