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현황 보더라도 시내버스는 전국 저상버스는 14.5%로, 기초지방자치단체 154곳 중 100여 곳에는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2006년 수립한 ‘제1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2006~2011)’에서 목표한 2013년 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50%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는 수치에 근접조차 못했다. 제2차 계획(2012~2016)에서는 저상버스 도입 목표를 2016년까지 41.5%로 낮추는 ‘퇴행’ 현상까지 나타났다.
특히 저상버스 도입은 고속, 시외, 농·어촌, 광역, 공항, 마을버스 등에서는 ‘전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시외지역 외출에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추석 등 명절에 고향을 찾는 것조차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장애인이 원하는 곳에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권리 이동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웰페어뉴스DB |
장애는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중에는 휠체어 탑승 장비가 구비돼 있는 버스가 단 한 대도 없는 실정이죠.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탑승하는 것은 물론, 시외지역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수동휠체어의 경우에는 비장애인들이 돕거나 조력자가 함께 탑승할 수는 있겠죠. 이런 경우, 휠체어에서 몸이 분리되고, 다른 사람이 안고 타거나 하는 상황이 예상되는데, 사고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탑승한다는 것은 현재 버스 구조로는 불가능한 상황이죠.
일반 좌석에 앉았을 경우에도 몸과 맞지 않거나 좌석이 불편해 허리 또는 척추에 무리가 갈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상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고속버스 또는 시외버스를 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지난 4월 20일과 30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2차 ‘희망의 고속버스 타기’ 기자회견을 열고, 저상버스 고속·시외버스의 저상버스 도입을 외쳤다. ⓒ웰페어뉴스DB |
예를 들자면, 강원도 강릉에 사는 장애인이 도청소재지인 춘천을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입니다.
비장애인들은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로 쉽게 이동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강릉에서 춘천으로 이동하는 수단이 없습니다.
그럼 어떤 방법을 이용하느냐. 비장애인들은 상상도 못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먼저 강릉에서 청량리로 6시간이 넘는 열차를 탑니다. 그리고 청량리에서 그날 맞는 열차시간이 없기 때문에 하루를 자고, 다음날 춘천으로 가는 열차를 탑니다. 돌아올 때 역시 같은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요.
믿을 수 없겠다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실제 해당 지역 장애인들은 이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강릉에서 춘천, 비장애인들은 시외버스로 두 시간 만에 혹은 한 시간 반 만에 이동 합니다.
강릉에서 도청소재지인 춘천에 볼일이 있다면, 혹은 지인을 만나거나 명절이 다가와서 이동해야 한다면, 장애인들은 1박 2일 또는 2박 3일의 ‘대장정’에 나서야 합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인근 지역을 이동하는 장애인콜택시로는 불가능합니다.
강릉의 경우 동해시와 양양군 까지는 갈 수 있지만, 춘천시는 인접지역이 아닙니다. 장애인콜택시를 연결해서 타는 것 또한 지역에 따라 장애인콜택시가 현저하게 적거나 아주 없어 불가능 합니다.
이것이 한국 장애인들의 삶입니다.
장애인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고속·시외버스와는 무엇이 다른가?
장애인을 위해 특별하게 만들어진 리프트 장착 버스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운송사업자가 갖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전세버스로 ‘운이 좋아서’ 가끔 한 번 탈 수 있는 정도입니다. 장애인이 나들이 갈 때와 같은 경우 ‘겨우겨우’ 아는 단체를 통해 한 번 이용하는 정도죠.
대중적인 의미에서는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다양한 버스 형태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버스를 대중교통으로 이용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시내버스, 고속버스, 시외버스, 마을버스, 광역버스, 공항버스 등이 있는데요. 이 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시내버스 중 일부 계단이 없게 설계된 저상버스 뿐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전국의 시내버스 중 지난해 기준 약 13~16%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약 30%가 저상버스이고요. 다른 지역은 여전히 저상버스를 구경하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마을버스 등은 ‘전무’한 실정이고요.
서울에서 인근 지역 인천 또는 고양·일산·분당 등으로 이동하는 광역버스가 있지만, 여기에도 저상버스는 없습니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는 상황이죠.
▲ 지난 2일 서울남부터미널 등 전국 10개 시·도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동시다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장애계는 표를 구매해 버스 탑승을 시도했지만, 버스의 계단에 막혀 탑승할 수 없었다. 이에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올라가는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웰페어뉴스DB |
사실 저상버스를 운 좋게 만났다 하더라도 이용하는 과정은 복잡합니다.
일단 장애인이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겠죠. 버스가 정차하면 휠체어가 탈 수 있도록 저상버스에서 ‘슬로프’가 나오고, 그 위를 휠체어가 올라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버스에 타서 안전장치를 채웁니다.
1~2분까지 걸릴 수dT는 과정입니다. 그 시간에 시민들이 불평을 하거나, 장애인들에게 ‘집에나 있지 왜 나왔느냐’는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에 보행하는 비장애인들보다 시선이 낮습니다. 버스 기사가 장애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놓치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장애인 중에 언어장애가 있거나 동작이 약간 느린 경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습니다. 버스가 몇 번이 오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요. 그런데 그 시간을 버스는 기다려주지 않고 출발해버리지요.
저상버스를 만났다고 해도 탑승까지는 시설에서부터 주변사람들의 시선까지, 어려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버스 기사 등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인권 교육은 어떤 상태인가?
버스기사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강제된 것이라기보다는, 장애계단체가 일일이 지자체에 ‘교육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의뢰 해서 ‘겨우 겨우’ 이뤄지는 실정이죠. 지자체에 따라서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합니다.
버스기사 입장에서는 사실 모두 편하게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나쁘지 않습니다.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탈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과속 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노동조건이 더 나쁘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더 빨리 달려야 돈을 더 번다’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과, 경쟁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또 저상버스 도입에 따른 경제적 계산을 이유로 여전히 회사 측에서는 도입을 꺼리는 상황입니다.
많은 지적이 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동권’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비장애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절실’한 것이죠.
비장애인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롭고 안전하게, 내가 갈 수 있는 곳에 갈 수 있는가와 없는가’에 대한 문제죠.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회통합이니, 교육이니, 자립생활이니, 모든 것이 의미 없습니다. 집밖을 나오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이동권은 아주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에서 출발 해야 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불쌍한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시혜’정도로 이동권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동이라는 것은 장애인 뿐 아니라 노약자는 물론 유모차를 이용할 때 등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요.
따라서 교통수단이 중요합니다. 버스와 열차, 비행기, 지하철, 택시 등이 있죠.
사실 해외에 나가보면 가장 놀라는 것이 버스에 계단이 아예 없다는 것이죠. 우리가 보통 생각할 때, 버스의 두 계단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뿐 아니라 시내버스에도, 마을버스에도 모두 계단이 있죠. 해외에는 계단이 아주 없는 버스가 ‘일반’입니다.
택시 역시 한국에서는 휠체어가 타는 게 상상이 안 되죠. 트렁크에 휠체어를 넣으면 닫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해외에서는 택시의 규모가 커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하기도 하고, 전동휠체어까지도 탑승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의 대중교통은 장애인을 아주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죠.
▲ “장애인도 버스 좀 탑시다” 저상버스 확대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012년 3월, 전국에서 1인시위가 진행됐다. ⓒ웰페어뉴스DB |
미국과 캐나다, 일본을 비롯해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90% 이상, 또는 지역에 따라 100% 계단이 없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물론 모든 사람이 불편 없이 버스에 탑승할 수 있죠.
택시의 경우도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요. 한국은 중형 택시에도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데 말이죠.
열차는 물론 건물이나 여객터미널 등은 말 할 것도 없고요. 공원 등 대중적인 공간은 당연하고, 대중교통체계 속 교통수단 자체의 장애인 접근권이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해외 환경을 경험한 장애인들은 돌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외국에 갔더니 나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라고요.
이것은 사실 지금 한국의 환경이 그만큼 장애인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반증이겠죠.
장애인 이동권, 법도 제정돼 있는데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2005년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법률에 따르면 버스 등 대중교통에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 장치가 마련됐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 법을 그대로 준수 한다면 장애인 이동권의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탑승 장치 등 이동권을 위한 준비를 법에 명시했을 뿐, 강제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됩니다.
정부는 지자체에, 지자체는 버스운송사업주에 ‘의지가 없다’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하죠. 이것은 명백하게 법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데 말이죠.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해결책은 무엇인가?
많은 국민들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편적 권리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법에서 정해져 있는 책임을 다 해야죠. 더불어 교통수단 뿐 아니라 나아가 공공시설과 건물 등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고요.
장애인이 이동하고 접근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비장애인과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시작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지켜가는 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취재/ 박고운 기자
정리/ 정두리 기자
출처 : 웰페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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