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활동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그 지원 방안에 대한 고민이 활발하다.
이는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에도 명시된 내용으로, 제3조에서는 ‘발달장애인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재산에 관한 사항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자기의 견해와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법적 조항도 포함됐다.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가 주최하는 ‘한국 발달장애인의 당사자 활동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가 주최하는 ‘한국 발달장애인의 당사자 활동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연수 과정의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이 자리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활동을 직접 발표하고, 뒤이어 당사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토론과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김명실 이사장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그들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은 법에 명시된 조항일 뿐.”이라며 “이제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보장과, 당사자 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고민이 없었던 사회에서 당장 방향과 구체적인 제시를 내놓는 것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느낀 한국의 발달장애인은 ‘소극적’”
한국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활동은 곳곳에서 작지만 활발하게 일고 있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역시 활동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발달장애인 12인과 지원자 등 21인은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일본에서 열린 제1회 지적장애인 본인대회에 참가했다.
발달장애성인의 국제교류를 통한 당사자 지원 사업으로 추진된 연수는, 발달장애인이 제작한 UN장애인권리협약 해설집 제작과정 보고와 더불어 당사자로 구성된 극단 ‘멋진친구들’의 발표 등이 진행됐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발달장애인들도 활발하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을 보면서, 친구가 아니어도 누구와 던지 대화하는 것을 봤다. 적극적으로 대화 분위기가 좋았다.”
연수를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느낀 한국 당사자들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소극적’이었다. 당사자들이 직접 발표하고 대화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발달장애인들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
이소정 씨는 “한국에서 살면서 우리 스스로가 적극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더욱 적극적이었다.”며 “질문도 많이 하고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친구가 아니라도 상관없이 대화가 잘 되는 나라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질문과 대화가 많다보니 나와 취미가 같은 사람도 찾을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말을 거는 사람도, 질문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덧붙였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연수를 통해 외국 사회를 경험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활동과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인형극과 자조모임 보고 등을 소개하며,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던 활동에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조태환 씨는 “인형극을 했을 때 보람이 있었다.”며 “스스로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을 알릴 수 있어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민원 씨 역시 “현장에서 당사자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내가 기억되는 것이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들의 연수 경험 보고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활동과 의견 제시, 대화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고 자신감을 주는지를 충분히 보여줬다. .
이원무 씨는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발달장애인 능력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며 “정부나 지자체 등이 발달장애인 능력을 존중할 수 있는 인식 제고와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그 기회를 우리에게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발달장애인에게 자기결정권의 기회를 주는 인식부터
직접 활동하고 자기 의견을 제시하면서 의미와 권리를 찾아가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과 그 방향을 찾아가기 위한 논의의 중심에는 ‘자기결정권’ 부여가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연구실 김치훈 실장은 한국의 현실을 다시 돌아봤다.
김 실장은 “그동안 한국 사회는 발달장애인 삶은 선택권이 배제된 채 종종 ‘투명인간’으로 취급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며 “발달장애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새로운 법과 제도 및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발달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자조적인 목소리를 냈다.
▲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가 주최하는 ‘한국 발달장애인의 당사자 활동 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
이어 “이제야 한국에서는 자신 삶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현실의 장벽을 깨뜨리려는 발달장애인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며 “이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문제의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찾아가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한국사회의 문제의식이 분명해진 만큼, 이제 그 방향을 잡아가는 데 있어 전문가들은 보호보다는 개인의 역량을 높여가는 방안과 지원을 강조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전지혜 연구원은 “당사자 활동의 핵심은 ‘자기결정권’.”이라고 정의하며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일상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권한부여에서부터, 사회활동과 문화예술 활동에의 참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자기결정권에는 물론 책임도 따르지만, 대부분 보호의 틀 안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은 실패와 책임에 대한 기회마저 박탈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장이라는 인간 발달의 자연스러운 과정의 경험도 분명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들은 선택과 실패, 그리고 또 다른 인생의 경험을 쌓아가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며 “국가 제도와 가정의 역할은 이를 경험할 기회를 열어주는 데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경험의 기회를 열어가는 방향에 있어 ‘당사자 중심성’이 강조됐다.
양천장애인종합복지관 윤제원 사무국장은 “아직도 많은 경우는 발달장애인의 활동이 기관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구조화된 틀에 갇혀 실질적인 당사자 중심점을 놓치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해, 자조모임을 바라보는 명확한 입장과 관계 정리를 시사했다.
이어 “현재 조력자 중심의 자조모임은 반드시 당사자 중심의 관계로 변화해야 한다.”며 “나아가 당사자 모임 간 연대를 확대함으로 발달장애인의 권익 향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 역시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웰페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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