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지속된 ‘탈시설’ 정책에 대한 장애계 찬·반 의견을 정리한 리포트가 발간됐다.
지난 2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누구와 함께 살지 선택할 권리 - 탈시설 찬·반 논란 속 해법 찾기’를 ‘장애인정책리포트 제418호’를 발간했다.
국내·외 장애인권 흐름 변화… 탈시설 촉구 운동 활발해져
탈시설이란 단순히 시설에서 나오는 거주 공간 이동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석암베다스다에서 거주하던 장애인이 자유를 억압하고 폭행,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대해 자립생활 지원을 호소하며 노숙농성을 전개한 것을 계기로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서울시에서 탈시설화 정책선언이 이뤄지면서 정책으로 새롭게 대두됐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떠할까.
장애인복지 예산을 살펴보면 거주시설 운영은 8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사업(장애인연금·수당, 활동지원, 거주시설 운영) 중 하나로, 장애인연금·수당보다 연평균 예산증가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장총은 “지난해까지 정부 정책은 시설을 보호·육성하는 시설위주 정책이 펼쳐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움직임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UN CRPD 비준 등 국내·외 장애인권의 흐름에 따라 장애계 탈시설 촉구 운동은 더욱 활발해졌으며, 이에 부응해 지난 2020년 12월 장애인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고,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 등 자립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찬·반 논의… “탈시설의 목표에 대한 합의 필요해”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며 시설보호정책에서 탈시설로 정책방향의 전환을 선언했으나, 장애계 내에서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장총은 장애인정책리포트에서 “장애인의 행복한 삶에 대한 염원에는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통적이고, 이 점을 오랜 시간 지속돼 온 의견 대립의 실마리로 보았다.”며 “현시점에 맞는 국가의 역할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족의 부담 경감을 위해 국가의 책임과 역할 확대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지금까지 미흡했던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며, 형평성과 격차 측면에서 지자체 간 차이를 조정하는 게 우선 과제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탈시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인도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함이며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라며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다양한 이해 주체가 지향하는 탈시설의 목표와 이상향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이후 법 제정 등 다차원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공통된 인식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아울러 “탈시설 이후 최우선 과제는 지역사회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지금보다 다양한 주거유형이 반드시 정립돼야 하며, 당사자의 사회적 환경과 심리적 회복이 가능한 시기 고려하여 전환기를 어느 기간으로 정할지 등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애인정책리포트는 장애인 당사자가 겪는 불편한 사례와 이슈를 주제로 선정해 심도있게 풀어나가도록 구성해, 1999년 3월 29일 창간을 시작으로 매월 1회 발간하고 있다.
이번 리포트는 한국장총 누리집(kodaf.or.kr) 발간자료에서 열람 가능하며, 관련 문의는 전화(02-783-0067)로 하면 된다.